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

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은 화면 한가운데에 모자를 쓴 한 인물을 단정한 색면으로 그려 넣은 작품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얼굴을 감싸는 매끈한 평면감, 그리고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모자의 실루엣이다. 배경은 세밀한 공간 묘사 대신 넓게 번지는 색으로 정리되어 인물이 ‘튀어나오듯’ 앞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를 만든다. 또한 인물의 표정은 묘사로 설명되기보다 형태와 대비로 전달되는데, 그래서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이 생긴다.
색면이 만드는 인물의 태도
이 그림에서 얼굴은 명암의 부드러운 그라데이션보다 색의 덩어리로 성격을 드러내는 듯하다. 볼과 이마의 면은 각자 다른 색이 서로 맞닿아 있는데, 그 경계가 단단해서 인물의 움직임이 멈춘 듯한 안정감이 생긴다. 그런데도 전체가 차갑게 굳어 있지는 않다. 색들이 완전히 동일한 온도로만 흘러가지 않고, 따뜻한 기운과 차분한 기운이 함께 배치되어 모자를 쓴 여인의 내적 리듬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마티스는 인물을 자세한 묘사로 풀기보다, 보이는 조형을 선택하고 조절함으로써 사람의 태도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보여 준다.
모자와 윤곽, 시선의 방향
모자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림의 중심 장치다. 모자의 형태는 얼굴 위쪽을 단단히 묶어 주며, 그 실루엣이 화면 전체의 리듬을 정한다. 얼굴의 외곽선과 모자의 경계가 한 번에 읽히기 때문에, 관람자는 표정을 해석하기 전에 먼저 ‘자세’와 ‘거리감’을 감지하게 된다. 마치 가까운 자리에서 누군가의 인사를 받는 것처럼, 말보다도 몸의 선과 시선의 방향이 먼저 전해진다. 결국 이 작품은 색면과 형태의 단순화로 인물의 성격을 숨기기보다 드러낸다. 대담한 색이 표정을 대신하고, 정리된 윤곽이 관계의 감도를 조절하며, 모자는 그 감도의 중심에 자리한다.
한 번은 화면을 ‘그림’으로 보고, 다음에는 인물을 ‘사람’처럼 대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마티스는 모자와 얼굴, 그리고 배경의 색 덩어리를 통해 인물이 지닌 단단함과 여유를 동시에 붙잡아 준다. 그래서 모자를 쓴 여인은 선명하게 단순한데도 오래 남는 분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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