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화면 가득히 마주 서 있는 다섯 인물을 보여주며, 동시에 그들을 단번에 한 가지 시선으로 묶지 못하게 만든다. 인물들의 얼굴은 코와 눈, 입의 위치가 어긋나듯 각이 져 있고, 몸의 윤곽은 부드러운 곡선보다 면과 경계로 쪼개진다. 배경은 깊은 공간처럼 펼쳐지기보다 옅고 단단한 평면으로 남아, 인물들이 빛을 받아 떠오르는 느낌보다는 벽에 붙은 조각처럼 제자리에서 충돌한다. 회색과 황토, 푸른 기운이 섞인 색면들은 한밤의 실내 조명처럼 은은하게 이어지다가도 특정 부분에서 선명하게 갈라지며, 결과적으로 ‘어디를 먼저 봐야 하는가’가 계속 바뀐다.
각진 분해가 시선을 끊어가는 방식
무엇보다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얼굴과 몸의 분해된 형태다. 눈은 또렷한 둥근 생명감이라기보다 면의 교차처럼 놓이고, 코와 턱은 각도에 의해 앞으로 튀어나오는 듯 보이다가도 다시 옆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인물들은 자연스러운 표정의 연속으로 읽히지 않고, 관객이 시선을 옮기는 순간마다 형태가 재조립되는 느낌을 준다. 마치 거울 속 이미지가 한 번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당신이 어느 조각을 먼저 집어 드는지에 따라 ‘전체’가 달라지는 상황과 닮아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충격적인 시선이 만들어진다. 눈길이 한 방향으로만 향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편한 거리감을 갖지 못하고, 화면 앞에서 계속 위치를 조정하게 된다.
원시적 리듬과 ‘보는 방식’의 전환
이 그림의 몸은 부드러운 춤사위처럼 이어지기보다, 신체의 관절이 딱딱한 리듬으로 끊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어깨와 팔의 각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듯하고, 손이나 자세의 방향은 한 장면 안에서도 여러 시점을 동시에 끌어온다. 그래서 화면은 정면에서 바라보는 창처럼 열리지 않고, 대신 리듬이 먼저 움직이며 그 리듬이 형태를 끌고 가는 쪽에 가깝다. 특히 옅은 배경 위로 인물들이 면 단위로 떠오르거나 눌려 보이며, 빛은 조용히 퍼지지 않고 경계에서 더 도드라진다. 결국 이 작품은 대상의 모습만 그린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작품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장면을 그려낸다. 시선이 끊긴 자리에서 형태는 낯설게 다시 시작되고, 그 낯섦이 원시적 리듬처럼 반복되며 오래 남는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앞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방향의 변화다. 그림은 한 번의 시선으로 완성되지 않고, 분해된 형태와 충격적인 시선이 함께 작동하며 관객을 지속적으로 재배치한다. 그렇게 ‘본다’는 행위가 고정된 감상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 계속 다시 맞춰보는 일로 바뀌어 결국 화면이 남긴 리듬을 몸으로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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